서현수 주필 여수오피니언리더클럽 회원
서현수 주필 여수오피니언리더클럽 회원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앞에 141m 초고층 재개발을 추진하려는 서울시의 방침에 대해 “세계유산 특별법이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K-관광 부흥에도 역행하는 국익적 관점의 근시안적 단견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여수시가 시민 공론화를 거쳐 300억 원을 들여 자연 친환경형으로 조성한 남산공원을 유원지로 변경하려 하며, 지난 3일 대교동 주민 설명회까지 열었음에도 지역 국회의원, 시의원, 그리고 십여 명에 달하는 시장 출마 예정자들 중 누구 하나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현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  최악의 태도는 ‘무관심’이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라며 스스로를 관객으로 만드는 순간, 우리는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분노할 힘, 그리고 그 분노가 만들어내는 참여의 기회를 잃는다.

지난해 10월 26일, 대구 달성공원을 찾았을 때 느꼈던 감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푸른 잔디와 다양한 수목이 조화를 이루고, 산림청이 ‘아름다운 도시숲’으로 선정할 만큼 생태적 품격을 갖춘 공간이었다. 공원 관계자는 “도시 숲은 증산작용을 통해 온도를 낮추고, 미세먼지를 흡수하며,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생태계를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남산공원 역시 여수 도심에서 시민들의 휴식과 건강, 정서적 안정을 책임져온 소중한 자연 자산이다. 이러한 공간을 철거하거나 훼손하고, 그 자리에 놀이기구·상업시설 중심의 유원지를 들여 상업 이익만을 노리는 것은 시민의 자산을 특정 사업자의 배를 불리는 데 내어주는 행위나 다름없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해로운 영향을 미치며, 시민의 공감을 무시하는 일부 세력의 준동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이유다.

시민은 감시자여야 하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것이야말로 낡은 세력의 잔존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침묵은 방관이 아니라, 악에 동조하는 것이다

독일의 신학자이자 반(反)나치 운동가였던 본회퍼는 “악에 대한 침묵은 악의 편에 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민이 ‘관객’이 아니라 ‘참여자’가 될 때, 권력의 남용은 줄어들고 도시의 미래는 건강해진다.

대구 달성공원.
대구 달성공원.

◇ 시민의 뜻은 이미 확인됐다

여수시는 2018년 12월 27일부터 2019년 1월 12일까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충분한 기간 동안 주민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    자연형 도심 근린공원 찬성: 66.3%, 관광형 상징물 공원 찬성: 36.7%

민선 7기 여수시는 이 결과를 존중해 2020년부터 남산공원 2단계 조성 사업을 추진했고, 2023년 12월 26일 그 사업을 완료했다. 1단계에는 보상비 112억 원, 공사비 84억 원 등 총 200억 원이 투입됐으며, 2단계에는 보상비 10억 원 포함 96억 원이 소요됐다. 이미 시민이 선택한 길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를 뒤집고 시민을 무시하는 정치인은 투표로 심판받아야 한다.

◇  이제는 출마자들이 답해야 한다

선거는 시민의 권한이자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제도다. 시민의 표로 의원 배지를 단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출마하려는 사람들은 명확히 답해야 한다.

•    남산공원을 자연 그대로 지켜 후손에게 물려줄 것인가? , 아니면 특정 사업자에게 내어주고 유원지로 만들어버릴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할 차례는 바로 그들이다. 여수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자연 경관을 가진 도시다. 그 중심에 있는 남산공원이 시민의 뜻(66.3%)을 받들어 자연형 녹지로 지켜진다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여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